지우개
송순태
잘못 써내려온 문장이 있듯이
잘못 살아온 세월도 있다
굳은 바닷가에 앉아서 수평을 보고 있으면
땅에서 잘못 살아온 사람들이
바다를 찾아오는 이유를 알겠다
굳은 것이라고 다 불변의 것이 아니고
출렁인다고 해서 다 부질없는 것이 아니었구나
굳은 땅에서 패이고 갈라진 것들이
슬픔으로 허물어진 상처들이 바다에 이르면
철썩철썩 제 몸을 때리며 부서지는 파도에 실려
매듭이란 매듭은 다 풀어지고
멀리 수평선 끝에서 평안해지고 마는구나
잘못 쓴 문장이 있듯이
다시 출발하고 싶은 세월도 있다
친구의 추천으로 “세이노의 가르침”이란 책을 읽던 중 좋은 시를 보게 되어
이 글을 우연히라도 읽는 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.
잘 안 풀리는 날이 있더라도, 모두들 너무 힘들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.